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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300배 시위’…
                MBC 김재철 폭로  -KBS 벚꽃투쟁
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4.17 17:12 | 최종 수정시간 12.04.17 17:45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하면서 움츠려들 것처럼 보였던 방송사 노조의 파업투쟁이 오히려 더욱 불붙는 모습이다. 이들과 함께하는 언론노조도 ‘300배 시위’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언론노조 지도부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장악 불법사찰 진상조사 촉구를 위한 무기한 농성을 선언했다.
ⓒ 언론노조 트위터(@mediaworker)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사찰과 언론장악이 선거이슈로만 폄하되며 국민이 배제된 채 특별검사와 국회협상에 의해 얼버무려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화를 통해 국민 앞에 민간인 사찰과 언론장악의 전모를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자와 관련자를 엄단하며 국가의 근본을 짓밟는 이같은 행위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언론독립과 자유를 위해 공영언론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하고, 정권에 의한 낙하산사장이 퇴출되어야 하며 해고언론인이 복직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4.11총선이 마무리됐다고 중대한 국가적 사안이 덮어지거나 외면돼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박 위원장 스스로 엄청난 헌정질수 유린행위를 한갓 선거이슈로만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간주했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국정조사와 청문회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야 3당에 대해서도 “불법사찰과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기필코 관철하고 국민앞에 그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히라”며 “18대 국회와 같이 무력감에 빠져 구두탄(口頭彈)만을 날리며 행동을 주저한다면, ‘정권 교체’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도 한낱 백일몽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수개월을 이어오고 있는 언론독립을 향한 파업투쟁의 불길은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권력의 핵심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 언론자유에 대한 열망 역시 정권의 농단을 거부하고 있다”며 여야 대표들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 언론노조 트위터(@mediaworker)

언론노조는 이날 트위터(@mediaworker)를 통해 “언론노조 지도부는 오늘부터 1일 300배 시위를 시작합니다. 공정언론을 지키지 못한 것을 국민들께 사죄드리며, 언론독립을 위한 언론노동자의 파업에 국민들의 지지를 부탁드리는 300배 시위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KBS 새노조 트위터(@kbsunion)

이들의 요구에 화답하듯,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과 민언련 사무총장 출신인 같은당의 최민희 당선자(비례대표),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KBS 새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새노조는 트위터(@kbsunion)을 통해 이들이 “언론장악청문회, 국정조사 실시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행과 최 당선자는 전날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촛불집회는 17일에도 계속된다. 전날 오전에는 38기 막내 노조원들이 사측의 천막철거를 비판하는 침묵시위에 나섰다.
ⓒ KBS 새노조 홈페이지

새노조 트위터는 “내일(수요일) 오전에는 파업특보8호가, 밤에는 어쩌면 목요일 새벽에는 리셋KBS뉴스9 5회가 나온다”고 예고하며 “사측 관계자 여러분들은 내일 일몰전까지 리셋KBS뉴스 모니터할 간부진 근무표 작성하기 바랍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MBC 노조는 이날 재일동포 무용가 J씨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김 사장이) MBC 본사와 계열사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무려 7년에 걸쳐 재일교포 여성 무용인 J씨에게 무차별적인 특혜지원을 했다”며 “김 사장은 왜 특정 무용인에게 무차별 지원을 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 MBC 노조 트위터(@mbcunion)

노조는 대표적인 예로 MBC 창사 51주년 특집 기획 뮤지컬 ‘이육사’를 언급했다. 이들은 “무용인 J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가 제작했고 제작비만 무려 12억원에 달하는 이 공연에서 J씨는 예술 총감독과 안무는 물론 주연 여배우까지 1인 3역을 도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총 11회로 기획된 공연 티켓을 전부 판매해도 벌 수 있는 돈은 4억 4000만원이고 MBC 내부문서에 따르면 예상 티켓 판매율은 14%, 금액으로 환산하면 5500만원에 그친다”며 이런데도 J씨의 기획사는 제작비로 9억여 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천여만 원을 J씨가 혼자 가져갔다. 결국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J씨가 챙긴 셈“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MBC는 지난해 3월 열린 J씨의 ‘최승희 100주년’ 개인 공연에 공동 주최로 참여했고, 대기업에서 7천만 원을 협찬 받아 J씨에게 줬다”며 “그런데 그동안 협찬 시 제작비 명목을 따져 돈을 지급했던 전례와 달리, 사용 내역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고, 통상적인 사업성 검토 절차도 생략한 채 돈을 보냈다”고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노조는 “이렇게 MBC가 J씨에게 협찬금과 출연료를 지원한 사례는 확인된 것만 7년간 무려 17차례에 달한다”며 “모두 김재철이 지방 계열사인 울산과 청주 MBC 그리고 본사 사장에 재직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MBC 내부 관계자들은 김재철이 직접 J씨를 출연시키라고 지시했거나 J씨 기획사에 공연 기획을 맡기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MBC 노동조합이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결재 시간과 장소가 J씨의 행적과 겹치는 경우를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김재철이 MBC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J씨에게 십 수억 원대의 특혜를 몰아준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통상적인 논의 절차조차 무시했음이 드러났다. 이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뿐 아니라 MBC를 개인 기업처럼 운용한 부도덕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KBS 새노조와 MBC 노조는 벚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시민들에게 팝콘과 사랑의 꽃씨를 나눠주면서 현재 언론 상황과 투쟁의 정당성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 MBC 노조 트위터(@mbcunion)


다음은 언론노조가 무기한 농성투쟁에 나서며 국민에게 드리는 글 전문

“불법사찰의 핵심은 언론장악입니다. 그 전모가 국정조사로 밝혀져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오늘부터 이곳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全貌)를 밝힐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투쟁에 돌입합니다.

4.11총선이 끝난 후 며칠되지 않았으나,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언론장악의 단맛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보입니다. 박 위원장의 총선 후 일성(一聲)이 민생을 운운하며 불법사찰(不法査察)이란 중대한 국가적 사건을 불법사찰방지법으로 덮자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이 기관원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미행당하는 것보다 더 국민의 삶과 관련된 것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우리는 방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하고 그 대책으로 방지법이 나와야 함에도 이렇듯 선후가 뒤바뀐 까닭을 묻는 것입니다. 불법사찰의 중대성이나 진상규명에 대한 들끓는 민심을 박 위원장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첫 일성으로 불법사찰 문제를 황급히 덮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건 불법사찰의 핵심이 언론장악이고,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언론장악의 태세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사찰이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 앞에 공개된다면, 그간 MB정권이 자행해온 언론장악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될 것이고, 공정보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고조될 것입니다. 당연히 공정보도는 언론을 손아귀에 쥐고 정권 연장을 꾀해온 무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승리는 주류미디어인 공영언론을 장악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그 단적인 사례가 MB정권의 불법사찰 문건, 새누리당 후보의 제수씨 성폭행 사건과 논문표절 문제가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반면, 전 정권의 합법감찰과 야당 후보의 막말 파문은 정치적 의도 하에 왜곡되고 집요하게 반복 보도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언론노조 소속 MBC본부(본부장 정영하),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YTN지부(지부장 김종욱),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공병설), 국민일보지부(지부장 조상운)는, 노동자로서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는 파업투쟁을 수개월째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정권에 의해 투하되어 언론장악의 도구가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키고, 언론탄압에 희생된 동료를 복직시키고, 공정방송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며, 언론노동자들은 마땅히 있어야 할 취재 현장이 아닌 거리에서, 벌판에서 언론독립 쟁취투쟁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노조가 언론장악과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國政調査)를 요구하는 이유는, 청문회를 통해 왜 이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고, 어떻게 언론의 입을 묶었으며, 무엇을 말하도록 강요하였는지를 낱낱이 밝혀냄으로써, 왜 낙하산 사장이 퇴출되어야 하는지, 무엇때문에 공영언론의 지배구조를 바뀌어야 하는지, 왜 해직언론인들이 복직되고 명예가 회복되어야 하는지를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함입니다. 또한, 언론장악에 책임있는 자들과 관련자를 엄단하고, 국회 차원에서 방지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태가 일어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여대야소’의 정치지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염원했던 언론개혁의 절대과제가 장애를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 독립과 자유’라는 시대적 과제가 권력자들과 정치인의 손에만 맡겨있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에 의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프레스센터 농성투쟁은 국민에게 언론 독립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우리 스스로 국민의 언론을 되찾겠다는 결연함을 다시 보여드리며, 언론 자유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한 곳으로 모으고자 하는 몸짓입니다. 그 의지와 열망을 모아 국정조사를 관철하고 언론장악과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혀 단죄(斷罪)하려는 실천입니다.

국민 여러분,

낙하산 사장 퇴출,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일어선 언론독립 쟁취투쟁의 불길은 오늘도 잦아들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MB정권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 첫 단추가 낙하산 사장의 퇴출입니다. 기싸움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이 나라 공영언론을 여야에 상관없이 정치적 영역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空間)에 놓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진정 MB정권과 차별화하면서 새누리당을 심판한 ‘수도권’ 국민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먼저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키고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가시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민은 박 위원장이 언론사 파업과 언론정책에 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이유가 MB와 같이 앞으로도 언론을 권력의 발톱 아래에 두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국민 앞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진정 책임있는 정치인일 것입니다.

야당도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관철해 내고 언론장악의 전모를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언론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를 걱정하시고 염려하시는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권력과 자본의 폭압과 회유 앞에서도, 언론인으로서의 긍지를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며 투쟁해온 소중한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 독립과 국민의 언론으로 바로 세우는, 이 정의로운 전선(戰線)에서 일념불퇴(一念不退)의 자세로 한발 한발 전진해 가겠습니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2012년 4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