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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정희 죽이기에 '올인'하다 끝내 코미디 기사까지?

김동현 기자 abc@vop.co.kr

입력 2012-03-25 22:10:48 l 수정 2012-03-26 09: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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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 때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이정희를 찍었고,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 선동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아이돌 스타로 기획” (조선닷컴 25일자 보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조선일보> 기사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대표는 2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선일보> 기사에 이렇게 밝혔다. “제가 서울대 87학번입니다. 어떻게 91년도에 만들어진 전국연합의 산하조직이 87년에 저를 만들었다는 건지...제 남편까지 동원해 실체 없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보수언론의 실정입니다. 하나도 믿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조선일보>는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이 대표를 가르쳤다고 보도했는데, 이미 <조선일보>는 이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연수원 시절 인연을 맺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속한 계파로 주목을 받는 경기동부연합 등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운동권 뿌리다. 1991년 NL계열 운동권 단체가 총집합해 만든 '전국연합'이 모태(母胎)다”(조선일보 24일자 보도)

“이정희 남편 심재환씨는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대표적인 이론 제공자)’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심재환씨는 변호사이며 사법연수원 시절 이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24일자 보도)


<조선일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한 ‘정신적 패닉’ 수준의 마타도어 기사를 게재했다. 사실관계의 앞뒤가 안 맞는 내용에다 자신이 보도했던 내용까지도 완전히 뒤집는 기사를 내보낸 것. 언론비평 전문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조선일보>의 행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수언론 패배 공포? 독 오른 야권연대 흠집내기”(25일자 보도)

엄습해 오는 패배 공포, ‘기자’의 기초능력까지 파괴?
이정희 사퇴 ‘논란’ 키우기, 야권연대 효과 반감용


<조선일보>의 의도는 사실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한 다음날 드러났다. 이 대표 후보직 사퇴 이후 ‘야권연대’가 총선을 지배하는 프레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논란’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일까, 24일 대다수 언론이 “야권연대가 굳건해졌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던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후보 사퇴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25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공동선대위 구성 기자회견 관련 기사의 제목은 이 신문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명숙 "야권연대 국민께 실망시켜 죄송">(25일자 조선닷컴 보도). 양 당이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면서 ‘야권연대’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한 대표가 ‘야권연대’ 때문에 국민께 죄송하다는 투의 발언을 했다는 식으로 뒤바꿔 놓은 것이다.

이 신문은 24일 사설을 통해 ‘논란’의 다음편을 예고했다. “이정희 파동은 80년대 대학가를 주름잡던 종북파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즉 색깔론을 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일보>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이정희 대표를 향해 ‘종북’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종북파’의 핵심인물이며 이 대표를 ‘얼굴마담’이라는 주장을 반복 게재했다.

‘종북’ 색깔 공세가 노리는 것, 민주-진보 지지층 갈라놓기

<조선일보>의 색깔 공세는 일단 민주당 지지층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신문의 24일자 사설은 “從北派(종북파)가 진보당 휘어잡고 진보당은 민주당 끌고가나”였다. 이정희 대표에게 ‘색깔’을 덧씌우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

이 신문의 공세에 새누리당이 합세했다. 25일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통합진보당을 겨냥해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하고, 실제 그런 사람들”이라는 노골적인 색깔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관악을 공천 관련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결과”라며 “민주통합당도 눈치 보며 끌려 다니는 현실에 대해 현명한 국민은 '두 당 야합'의 본색을 안다”고 민주당까지 자극했다. 이 논평을 보수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야권연대’에 ‘색깔논쟁’을 입혔다.

이 같은 색깔공세와 관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공동 성명으로 대응했다. 김현 민주통합당 수석부대변인 겸 당 중앙선대위 대변인과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심판이 두렵다고 야권연대를 호도하는 것은 야권연대를 갈망해온 국민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야권연대는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단결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민중의소리> 만평까지 비난 대상에 올렸다. <조선일보>는 <민중의소리> 23일자 ‘정희는 살아있다’는 제목의 만평에 대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로 비유했다”면서 “보수 기독교계는 물론 진보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해당 만평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밝히는 대로 ‘보수 기독교계’를 자극해 보겠다는 의도다.

만평에는 기둥에 ‘김희철’이라는 글귀가 적힌 어깨띠를 한 남성이 ‘경선불복’이라는 글귀가 적힌 망치로 이정희 대표로 이해될 수 있는 여성의 다리에 못을 박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조선일보>의 주장 처럼 기둥이 ‘십자가’라고 이해할 만한 근거는 없다.

'패러디'도 이해 못하는 조선일보...언론 취급도 못받고 '출입금지' 통보 당해

더불어 <조선일보>는 통합진보당 내 구민주노동당계열과 국민참여당계, 통합연대계 사이에 ‘계파 논란’을 부추기는 효과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각종 논란의 책임을 한 계파의 문제로 돌리면서 이들을 ‘종북파’라고 규정했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이정희 대표의 관악을 예비후보 사퇴로 인해 야권연대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음에도,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과거 운동권의 특정 정파를 지목하며 ‘종북’ 등의 악의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색깔론’으로 통합진보당을 흠집내고 야권연대를 좌초시키려는 위험한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조선일보> 기자의 당사 출입금지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