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한진 크레인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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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전화 목소리만 전해져왔다. 31일 새벽 2시경, 300m 앞에 놓인 차벽을 앞에 두고서였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

2차 희망버스 때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평택에서 영도까지 걸어오셨습니다. 15명의 목숨을 제 손으로 묻은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3차 때는 우리 조합원들이 쌍용차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지친 해고자 동생의 자전거에 끈을 묶어 달리던 비해고자 형의 사진을 봤습니다. 형은 동생이 얼마나 안쓰러웠을까요. 동생은 형한테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최루액 물대포를 맞고 곤봉에 찍혔던 그런 무서운 밤을 보내고 무참한 낮을 보내고 소환장을 받으면서도 다시 와주신 여러분 전 여러분들이 참 눈물겹게 고맙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같은 곳을 쳐다보며 같은 기도를 올리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음이 이리도 간절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랑이 이리도 뜨거울 수 있을까요.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린 당당했고 저들은 초조해했습니다.

200여 일이 되도록 눈길한번 주지 않던 부산시장이 사장이 조 사장이 마침내 집권당까지 나서 내려오라 요구했습니다. 여기까지 206일이 걸렸고 희망버스가 3번을 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요구합니다. 나를 내려오게 하려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길 올라와 어떤 마음으로 206을 버텼는지 그걸 먼저 헤아려라 무엇이 나를 오늘까지 견디게 했고 무엇이 나를 내려오게 할 수 있는지를 진심으로 생각해보라.

절망이 희망을 이길 수 없듯이 돈에 대한 집착만으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은 생에 아무런 집착이 없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 사심 없이 하나가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영세상인들 철거민들 비정규직과 해고된 노동자들 장애인들 성소수자들 여성들 등록금에 절망하는 학생들 짓밟히는 삶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버스가 없었습니다. 부정과 부패와 파괴와 야만을 향해 질주하는 이 절망의 버스에서 내릴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손으로 새로운 버스를 장만했습니다.

미래를 향해 희망으로 가는 버스, 우리 모두가 주인이고 우리 모두가 승리하는 버스, 희망버스 승객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길거리로 내몰린 우리 조합원들의 유일한 희망이고 간절한 기다림이었던 여러분, 평생을 일한 공장에서 내쫓고 그 노동자들을 서슴없이 외부세력이라 부르던 저들의 오만과 독선에 피멍이든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퇴거명령이 언제 집행될지 몰라 함께 모여 밤을 새우며 우리 가족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머잖아 우리 모두 웃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여러분들과 함께 얼싸안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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