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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이 5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언론에선 벌써부터 성급한 예측과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주에 나온 두 건의 기획기사는 2012년 대선 전망과 관련, 흥미로운 분석틀을 제공했다. 공교롭게도 한 곳은 보수언론이고, 다른 한 곳은 진보언론이다.

 

'택시기사 2명 중 1명 "박근혜 태우고 싶다"'. 8월 1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민생이 화두다"면서 '여론조사 활용 취재(SAR, Survey Assisted Reporting)'의 첫 사례로 이른바 '빅마우스(Bigmouth)'를 대표하는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탐사조사 결과를 1면에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월 24일부터 사흘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 택시기사 210명을 대상으로 한 1:1 개별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 중 한 명을 태울 수 있다면"이란 질문에는 54.8%, "내일 대선이라면 누구를 찍겠나"란 질문에는 절반 가까이가 박 전 대표를 꼽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택시기사들이 태우고 싶은 대선후보는 손학규(17.6%), 김문수(6.7%), 문재인(3.8%), 오세훈-정동영(3.3%), 유시민(2.9%), 이회창(1.9%), 정몽준(1.4%), 김두관(1.0%) 순이었다. "택시사업을 잘되게 해줄 것 같은" 후보를 묻는 이색 질문에선 박 전 대표에 이어 김문수 지사가 2위를 차지했다.

 

택시기사들이 꼽은 인기 순위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대동소이하지만, 김문수 지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김 지사가 택시기사를 체험한 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박계동 전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1년 가량 택시 핸들을 잡은 적이 있다. 

 

<중앙>의 '박근혜 태우고 싶다'... 택시기사 30만 명은 '구전홍보단'

 

  
▲ 택시 여론조사
ⓒ 주간동아
SNS

 

정치인들이 민생현장 탐방의 일환으로 일부러 택시를 타거나, 그것으로도 부족해 택시기사를 체험하는 것은 수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이들이 여론의 흐름과 가장 근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택시기사는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직업군일 뿐만 아니라 늘 다양한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택시기사들은 보험업 종사자들과 함께 '구전홍보'에 의한 여론 파급 영향력이 큰 직업군이다. 특히 직능별 선거운동이 중요한 대선에서는 택시기사 직업군 자체로 선거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표'를 갖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5월 31일 현재)에 따르면, 전국 택시는 25만5022대이고 택시기사는 29만2525명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16대 대선에서는 39만557표, 17대 대선에서는 57만980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이를 감안하면 30만 명의 표심은 얼마든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수치다. 그런데 택시기사 2명 중에 1명이 박근혜를 태우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구전홍보단'에서 앞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 여기에 '여론조사 활용 취재'(SAR)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지만, 택시기사 면접을 통한 민심탐방은 언론의 오래된 취재 기법이자 단골 메뉴다. 지난 2월 "5대 도시 '달리는 민심' 택시기사 50명에게 듣다"라는 부제를 붙인 <주간동아>의 'MB정부 3년 택시 민심 첫 심층조사'도 그런 경우다.

 

"MB 기대 끝, 박근혜 인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때도 택시 민심의 대세는 변함없이 박근혜였다. 조사에서 '택시승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차기 지도자'는 박근혜(43.3%), 손학규(12.3%), 김문수(9.7%), 오세훈(8.3%), 정동영(5%), 정몽준(3.7%), 유시민(2.7%), 한명숙(2%) 순이었다. 중앙과 주간동아의 조사는 6개월의 시차와 서울 대 전국 조사라는 차이가 있지만, 1~3위까지의 순위는 별반 변화가 없다. 새로울 게 없단 얘기다.

 

박근혜보다 정동영, 정동영보다 최재천이 더 세다

 

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거대한 그물망은 늘 새로운 것이 넘친다. SNS는 온라인에서 인맥을 구축하는 관계망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정보와 개인의 감정, 의견 등이 소통되는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한다. 특히 트위터는 사적 대화가 주종을 이루는 페이스북과 달리, 공적 의견, 즉 여론 형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소셜 미디어다. 대선 주자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이 너도나도 트위터에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트위터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 정치인 트위터 영향력
ⓒ 미디어오늘
트위터

 

우선,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의 팔로워 수를 보면, 유시민(u_simin, 22만5697)과 박근혜(GH_PARK, 10만7420)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은 한명숙(HanMyeongSook, 6만5634), 정동영(coreacdy, 4만8037), 김문수(kimmoonsoo1, 2만9911) 순이다. 그러나 작성 트윗수, 리트윗한 횟수, 리트윗 받은 횟수 등 세 항목에선 정동영이 압도적 1위다. 실제로 <시사저널>과 ㈜사이람이 지난달 대선후보 8명을 대상으로 트위터 이용현황(5월 1일~7월 10일)을 집중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동영이 1위고 박근혜는 7위였다.

 

대선후보급에서 정치인으로 범위를 넓히면, 박근혜의 영향력 지수는 더 떨어진다. '트렌드시크'의 최근 조사(7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종합 영향력 100위 안에 든 정치인은 최재천(your_rights) 전 의원이 유일하다. 연예인과 이외수 같은 인기작가가 판치는 상위권에서 최재천은 39위로 상위 0.01% 안에 들 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박근혜가 '여왕'이지만 사회적 관계망, 특히 트위터 제국에서는 최재천이 '제왕'인 셈이다.

 

  
▲ 트위터 제국에선 최재천이 '제왕' 최재천 전 의원의 트위터 영향력 종합순위는 39위로 상위 0.01% 안에 들 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 트렌드시크
SNS

주요 정치인의 종합 순위를 보면 ▲정동영 135위(상위 0.01%) ▲심상정(sangjungsim) 1000위(0.05%) ▲박근혜 1만2499위(상위 0.53%) ▲유시민 1만5159위(상위 0.64%) ▲권영길(KwonYoungGhil) 1만9429위(상위 0.81%) 순이다. 상위 1% 안에 드는 이들에 비하면, 손학규(HQ_Sohn) 민주당 대표는 3만88위(상위 1.26%)로 한 단계 아래다.

 

그런데 이들보다 영향력이 더 센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셜테이너'들이다. 소셜테이너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 사회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을 뜻한다. 이들 역시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소통 도구는 트위터다. 요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는 김제동과 김여진이다. 

 

트위터 영향력... 김여진은 박근혜의 23배, 김제동은 유시민의 187배

 

  
<경향신문> 8월2일자 1면.
ⓒ 경향신문
경향신문

'트위터 영향력 박근혜보다 김여진이 세다'. 2일자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소셜테이너,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의 상(上)편에 해당하는 기획기사에서 '트렌드시크'와 함께 소셜테이너 김여진(yohjini), 김제동(keumkangkyung), 김미화(kimmiwha), 박혜경(parkheykyoung)씨의 트위터 영향력을 계량화해 분석했다.

 

'트렌드시크'에 따르면, 이들의 트윗을 받아보는 팔로어 수(7월29일 현재)는 김제동(52만362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김미화(13만8052명), 김여진(10만2786명), 박혜경(2만805명) 순이었다. 팔로어 수로 보면 김제동, 유시민, 김미화, 박근혜, 김여진, 김미화 순이다.

 

그런데 리트윗을 기준(올 1~7월)으로 하면, 김여진(6만2304개), 김제동(2만9338개), 김미화(2만1116), 박혜경(8211) 순으로 4명 모두 유시민(7884개)과 박근혜(2382개)보다 많았다. 특히 김여진의 리트윗은 유시민의 8배, 박근혜의 26배 수준이다. 적어도 트위터 상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들보다 소셜테이너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트렌드시크의 랭킹조사(7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김제동 81위(상위 0.01%), 김여진 542위(상위 0.03%), 김미화 4774위(상위 0.2%), 박혜경 1만3808위(상위 0.58%) 순이다. 최재천(39위)에게는 뒤지지만, 김여진은 박근혜의 23배, 김제동은 유시민의 187배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노제에서 사회를 본 김제동은 지난 5월 서거 2주기 때 '김제동 토크콘서트'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출연시켜 화제가 되었다. 김여진은 홍대 청소노동자와 반값등록금 그리고 김진숙 살리기 희망버스 등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소셜테이너들의 영향력은 이들에 대한 국가 및 방송권력의 견제가 제도화된 것으로도 반증된다. MBC는 지난달 13일 사실상의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사규를 만들었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한 인사는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이에 따라 MBC 라디오에 토론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던 김여진씨의 출연이 무산됐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소셜테이너들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예방조처로 보인다.

 

후보자 정보 담은 무브온, 후보자 QR코드, 소셜테이너의 '사용후기'

 

  
▲ 김여진 SNS 여론동향 7월 6일~8월 3일 기간의 여론동향이다.
ⓒ 트렌트시크
트위터

그러나 이같은 조처로 소셜테이너들을 무장해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세계 최초로 SNS를 결합한 웹 캠페인 전략을 도입한 오바마 후보의 2008년 미국 대선과, SNS로 촉발-확산된 아랍 민주화 운동, 그리고 한국에서 소셜테이너들이 투표참여운동을 벌인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재보선 등은 SNS가 이미 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선거운동 및 사회변혁 운동의 무기로 등장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2008년 10월 공화당원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오바마 지지 선언은 NBC에 방송되자마자 SNS를 타고 타전되어, 동부지역보다 시차가 늦은 서부지역의 유권자들도 SNS로 그 중계를 보았을 정도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운동이 아랍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권력 및 국가간 통제를 벗어난 SNS의 파급 및 동원 효과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선보인 투표장 '인증샷' 올리기 등에서 보듯, SNS와 소셜테이너들의 결합으로 투표참여에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과거 선거에서 봐온 '동원 연예인'이 아닌 '개념 연예인'들의 결합은 그만큼 자발적 동조자나 지지자들을 참여시키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시민운동 조직 무브온(MoveOn.org)에서 보듯, SNS 선거운동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과거 유권자들은 한정된 정치정보를 선거홍보물과 언론에서만 접했다. 그러나 법정 선거공보물만으로는 후보에 대한 공정한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보 부족으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선호하는 정당의 후보에 '줄투표'하곤 했다.

 

무브온은 후보자의 경력과 입법 활동, 전과 여부 등을 공개해 600만 회원에게 SNS와 이메일로 전달한다.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해서는 먼저 후보들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SNS의 확산은 해당 후보의 여러 측면을 많은 사람들부터 교차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상품 정보가 쏟아지듯, 거기에 후보자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SNS로 유통시키거나 영향력 있는 소셜테이너들의 '사용후기'나 '훈수'가 가미된다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SNS의 강점은 국가권력과 제도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SNS의 특성상 자연재해로 통신망이 붕괴되거나 정치적 이유로 제약을 받을 때 긴급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불통'과 '불공정', '반민주'를 상징하는 이명박 정부의 존재 자체가 SNS로 무장한 소셜테이너의 에너지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2012년 총-대선은 소셜테이너들이 '소셜미디어 게릴라'로 참전하는 한국 최초의 전국 단위 '소셜 네트워크 선거전'이 될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경향>은 <중앙>을 이렇게 한방 먹인 셈이다. 멍청아, 2012년 대선 권력은 SNS에서 나오고, 문제는 택시기사가 아니라 소셜테이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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