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다
불가사의를 너머
엄마는 무량대수다

어제가 가고
오늘이 왔다

여름이라면 오후
겨울에는 초저녁
인도에 쉬고 있는
가게 앞 빈좌판 위에서 쓴다
메모지를 찾다가 발견한 00일보
그 위에 밤중에 쓴다

노동해방을 외쳤던 먹물들 중
노동자를 위해 죽은 사람이
우리 기억에 있던가
남아 있는가
그 자식 주둥아리에 기름을 붙여
주둥아리에 기름을 붇고 불을 붙여
주둥아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자

하늘나라에 가면 좋다는데
하나님 말씀만 들으면 되는 그렇게 좋은 세상이라는데
서민이 하나님, 우리가 너희의 하나님
주둥아리를 찢고 기름을 붇고 불을 붙여
하나님 복음만 들으면 되는 
그 좋은 하늘나라를 여기서 만들어주자

쓰벌, 잘난 분들 여기저기서
불철주야 서민을 위하시느라 혓바닥 땀나는데
혓바닥을 뽑아 용광로에 집어넣어
온몸이 개운하도록 온천욕을 시켜주자
쓰벌,

우리는 88세대가 아니 120세대
한국 선진국 진입, 인간수명 연장
120까지 살 수 있음

휴일은요?
겨울이면 초저녁, 여름이면 오후부터
밤 열한 시까지
막노동으로 말하면 한대가리 시간
휴일이 없단다
여기는 명절도 없이 건강을 위해 사람들이 오기에
청소직 휴일이 없단다, 몇마디 더하니
인심 쓰듯 한달에 하루 있단다.
볼일도 있고, 고향도 한번 가야하고
그렇게 어떻게 해요.
그런 거 다 생각하고 어떻게 사느냐고 한다


일용직이라 보험도 퇴직금도 없고
일용직은 일용직인데
막걸리 고프다고 나가지 않아도,
비가 오려나, 팔다리가 쑤셔도
한달에 하루 빼고는 나가야 하는
인공위성 개발부도 아니고
최초의 제철소 건립 못하면
영일만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조국을 위해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것도 아닌
건강 챙기는 사람들 흘린 땀 닦고 먼지 쓰는 일에...
나는 하루종일 묵언 수행했다

하루가 지났다

그래 밥은 챙겨 먹었냐
예 춥지는 않으세요?
요즘 일 다니느라 연탄이 껴져서 그냥 잔다
평창으로 단양으로 제천으로,

팔도강산 산지사방 안 가는 데가 없다
오늘도 새벽 다섯 시에 가서 저녁 여덜 시에 왔다
좀 편하게 사세요
돈 좀 쓰고 사세요
내가 돈이 어디 있냐
엄마 벌어논 거, 있는 땅이라도 팔아먹고
좀 편하게 사세요
노령연금 들어오는 건 적금들고
또 어느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들어오는 뭐도 은행으로 가고
자식 생각하지 말고 좀 편하게 사세요
안 그래도 내 때문에 작년에도 두 번인가
쓰러져서 많이 편찮으시다메요?
니만 잘 되라 너들만 잘되면 나는 아무 걱정없다
내 생각하지 말고 니만 잘 되라
나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으니 니만 잘 되라

또 하루가 가고있어도,

침묵한다

무량대수다
불가사의 너머
엄마는 무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