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용의자로 지목된 배모씨, "국회 본청엔 가지도 않았다"

배혜정 기자 / bhj@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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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사건'에 대한 경찰의 과잉수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번엔 경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폭행 용의자를 지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민중의소리>는 4일 사건 당일 국회 본청에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는 이유로 전 의원 폭행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배모(34)씨가 사건 당일 국회 본청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당사자와 목격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전날 영등포 경찰서로부터 '공동상해혐의'로 두 번째 출석요구서를 받은 배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사건 당시 일행들과 국회 의원회관에만 있었고 본청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배씨는 "이 대표님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과 민주당 의원과의 면담약속이 잡혀 있어 본청으로 갔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은 의원회관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며 "의원회관에 도착해 나와 2명은 면담요청건 때문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생관으로 갈 때 까지 본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배씨에 따르면 이날 새벽 부산에서부터 이 대표 등 부산 민가협 회원 10여명과 함께 상경한 그는 오전 11시30분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전 의원 사무실 앞 기자회견에 참가한 뒤 미니 버스를 타고 국회로 이동했다. 12시 20분께 국회 남문에 도착한 후 이 대표를 비롯한 4~5명은 기자회견 및 면담을 위해 국회 본청으로 갔고, 배씨는 나머지 일행들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

그 중 배씨를 포함한 3명은 일행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면담요청건으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에 올라갔고, 볼 일을 마치고 내려와 일행에 합류, 식사를 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정희 의원실 정경윤(35) 보좌관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보좌관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점심시간에 (배씨 일행들이)국회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려가 의원회관으로 식당으로 안내했고, 그 중 배씨 등 3명을 데리고 의원실에 올라갔었다"며 "그 분들은 볼 일을 본 후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에 따르면 배씨 일행이 의원실에 머문 시간은 대략 5분~10여 분 남짓. 이미 본청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던 때였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경찰은 본청에 가지도 않은 배씨를 폭행 용의자로 지목해 배씨의 모습이 찍히지도 않은 CCTV를 증거자료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이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며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더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배씨 등은 피의자 진술에 따라 용의자로 판단했고, 배씨가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당시 법원에 소명자료로 제출한 CCTV에 배씨가 찍힌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CCTV 화질이 안좋고 사람이 많았다"라고만 답해 경찰도 배씨가 CCTV에 찍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경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폭행 용의자를 지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누구보다 신중하게 공권력을 사용해야 하는 경찰이 이 사건에서 만큼은 무분별하게 공권력을 남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심지어 이날 경찰이 확보했다고 밝힌 동영상에서도 '집단 폭행'은 없는 것으로 확인 돼 과잉수사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폭행 용의자'로 몰린 배씨는 "경찰이 '걸릴테면 걸려봐라'라는 식으로 아무나 찍어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5일 경찰에 출석해 이번 수사가 얼마나 조작되고 과대포장된 건지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 기사입력: 2009-03-05 10:5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