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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이름 바꿔 ‘박비어천가’?

등록 : 2013.03.27 22:11 수정 : 2013.03.2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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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탄공원→박정희 전역공원으로
철원군, 25년만에 명칭 변경키로
시민들 “대통령 눈치보기” 비판

강원 철원군이 ‘군탄공원’을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으로 바꾸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철원군지명위원회는 갈말읍 군탄리 ‘군탄공원’ 명칭을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으로 바꾸는 안이 통과돼 강원도지명위원회에 보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명 변경은 시군지명위원회와 시도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철원군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군청 누리집에 접속한 1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9%인 125명이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에 찬성했고, 방문 민원인 등 52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49%인 255명이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군탄공원은 1963년 8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인 박 전 대통령이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말자’는 내용의 연설을 남긴 곳이다. 1969년 육군이 이 자리에 전역비를 건립한 데 이어, 1976년 강원도가 전역비 주변 2만2847㎡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5·16이 쿠데타로 인정되면서 1988년 군탄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정봉철 철원군청 문화예술담당은 “인근 국방부 부지를 사들여 공원을 확장하면 주민들도 편하게 쉴 수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의 방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잘못된 역사를 포장해 유적지로 만들겠다는 것은 쿠데타를 정당화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올바르지 못하다. 철원군이 명칭 변경의 근거로 제시한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만큼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양욱 전교조 철원군지회장은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공원 이름을 다시 바꾸겠다는 것은 대통령 눈치나 봐서 출세를 해보겠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이다. 지역경제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0년에도 철원군번영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전역지 되찾기 운동을 벌였지만, 지역의 반대 여론 등이 제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