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토론 대통령 연설이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小考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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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 2082825 | 2008.10.13 IP 221.14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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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대도 안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간의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돌이켜 보면 사고만 안치면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도 나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야기 이다.

 

그나마 오늘 대통령 연설에서 뇌리에 강력히 남아있는 표현이 있다. "비가 올때 우산을 뺏지 마라." 어쩌면 이 부분이 이번 연설의 백미였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시의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표현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아마 내가 지난 8개월동안 들은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근데, 비가오는 대상과 우산을 뺏는 대상이 잘 못 되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슨일이 있어도 흑자도산을 막겠다. 이를 위해 금융권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은행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다면 건전한 기업의 도산을 막을 수 있었는데 금융기관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흑자도산의 위험에 빠져있다."며 현재 세찬 비에 노출된 기업에 우산을 뺏으려고 하는 금융기관에 강력한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차지하고서 한번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시중은행은 민간 기업이다. 과연 민간기업인 은행이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규제개혁이 아닌가? 즉 금융기관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게 정부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주고, 국가소유 은행의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에 의해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진출의 길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금융기관을 키우겠다는 것이 그들이 주창한 금융개혁의 큰 틀 이었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러한 시스템이 가져올 수 있는 폐단을 적시해 준것이다. 바로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윤을 중시하는 시중은행에게 자신의 이윤을 포기하고 큰 틀에서 국가경제의 발전과 위기극복에 동참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시중은행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그들은 과연 사태가 이렇게 될 동안 중소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물을 수 있다.

 

민영화가 절대선은 아니다. 반대로 공기업이 절대악도 아니다. 어떠한 분야에서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은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 담화에서 말했듯 만일 시중은행이 기업의 우산을 뺏었다면 또 다른 우산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이 국책은행이다. 모든 금융기관을 민영화하는 것이 절대선이 아님을 우리는 이번 사태의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다.

 


또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과연 세찬 비바람을 우산없이 맞고 있는 것이 단지 기업 뿐일까? 아니다. 다르게 생각을 해보면 기업보다 더 장대비를 맞고 옷이 흠뻑 젖으면서도 우산하나 들고 있지 않은, 그래서 뺏길 우산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서민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대통령이 진실로 국민을 걱정하고 연설 초미에 했던 "요즘 참 힘드시죠?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라고 국민을 걱정했던 말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당연히 있어야 했다. 그것이 단순한 립서비스라도 말이다.

 

근데 대통령의 연설은 대부분의 내용이 어려운 경제환경과 그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 전부다. 그 어디에도 국민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걱정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국민의 에너지 절약이 경상수지 적자를 매울 수 있는 길이라고 하면서 마치 경상수지 적자의 한 원인이 국민의 에너지 낭비라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참 어처구니 없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600여개의 법안이 빨리 통과되어햐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근데 이 600여개 법안에 과연 민생을 걱정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법안은 도데체 몇개인가? 아마도 대규모 감세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의 손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상위층을 위한 감세정책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것이 과연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민의 아픔을 덜어주는 정책일까? 오히려 서민들의 있지도 않은 우산을 뺏어 이미 좋은 우산과 심지어 우비까지 중무장한 일부 계층에게 나누어 줄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참 개탄스럽다.


 

연설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십시요."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라는 미래에 대한 메세지로 끝을 맺고 있다. 물론 국민들도 이와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고 싶다. 근데 모아줄 힘이 없다. 비바람을 맞고 있는 정부를 보면 자신의 몸이 좀 젖더라도 기꺼이 자신의 우산을 건네주었던 것이 우리나라 국민이다. 최근의 금모으기 운동부터 일제강점기 기간 내내 일어났던 독립운동, 더 거슬러 올라가 국난의 위기를 맞았을때 맨주먹으로 일어나 국가를 지켜낸 것도 지배층이나 지도층이 아닌 일반 민초들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민초들의 언제나 국가의 부름에 충실히 화답을 해왔다. 분명히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외세에 굴복을 하거나 도주를 했던 지배층에게서는 없는 애국심이 국민들에게는 충만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지쳐간다. 그리고 립서비스라도 좋으니 대통령이나 지도층이 국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것이 지금 대통령과 지도층이 국민에게 주어야할 메세지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위기극복의 힘을 모을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연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나 대통령은 국민의 힘이 아닌 일부 대기업과 부유층의 힘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게 얼마나 허무한 생각인지를 아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필요하다. "비오는 데 우산을 뺏지마라."라는 이야기는 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한 금융기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어써 외면하려고 하는 이명박정부에게 국민이 하는 경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