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철원 동송농협, 어떻게 올해 쌀값 15% 인상했나
“대의원협의회 통해 농협과 합의”
2008년 09월 28일 (일) 13:05:16 연승우 기자 dust8864@ikpnews.net

농민조합원 여론수렴 생산비 근거자료로 제시
농협 “대형거래처와 계약하면 적자 없을 것”

해마다 9월이면 농민들은 바쁘다. 추수철이라 바쁘기도 하지만 농민들은 쌀값 결정을 위해 지역농협과 매입가격을 놓고 실랑이하기에 더욱 바쁘다. 특히 올해는 비료가격과 면세유 등 농자재 가격이 폭등해 농민들의 쌀값 인상은 필수적이며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까지 치달았다.

이에 따라 한국농정신문은 올해 가장 먼저 쌀값을 결정했으며 15% 인상한 동송농협의 쌀값 결정과정을 취재해 지면에 담았다.

철원지역은 조생종인 오대품종을 심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쌀값을 결정한다. 따라서 철원의 쌀값 결정은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은다.

   
▲ 철원 동송농협이 쌀값을 15% 인상한 가운데, 철원지역 농민들이 벼베기에 한참이다.
철원 동송농협은 지난 2일 지난해보다 15% 인상된 가격으로 쌀값을 결정했다. 쌀값이 결정되기까지 농민조합원들은 쌀값 인상의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대의원협의회를 통해 일치단결된 의견을 모아 조합과 15% 인상에 합의했다.

동송농협 대의원협의회 김만중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에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지난해 대비 20%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동송농협은 물가인상분만을 반영한 6%를 제시했다.

동송농협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은 이장협의회를 설득해 수매가격 20% 인상하라는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고 쌀값 인상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자료로 만들어 이사회에 제출해 압박했다.

당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동송농협은 2006년에는 2% 하락한 가격으로 결정돼 조합원들의 수입이 감소했으며, 막대한 생산원가 폭등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나와 있다.

특히 유류대는 2007년 리터당 6백60원에서 2008년 8월 기준 1천3백36원으로 2배가 올랐으며, 비료값도 2007년 2월 20kg 1포에 9천1백50원에서 올 7월 현재 2만4백50원으로 인상됐다.

또한 소비자 물가상승도 올해 6월 기준으로 5.5% 이상 인상돼 농민들이 2중 3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 쌀값 인상은 당연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었다.

동송농협은 3차에 걸친 이사회를 통해 쌀값 13%를 인상했다. 인상 내용을 보면 2007년 조곡 1kg당 1천4백80원에서 13%(2백원) 인상된 1천6백80원으로 인상했으며, 여기에다 생산장려금 20원이 포함돼 1kg당 1천7백원으로 결정됐다.

   
▲ 동송농협 쌀값 인상에는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사진은 동송농협 대의원협의회 김만중 사무국장.
또한 동송농협은 계약재배와 수탁제도로 나뉘어져 있어 수탁재배 물량은 계약재배 물량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지만 올해부터는 수탁제도를 폐지해 전량 인상된 금액으로 매입하게 돼 실질적인 인상율은 15%에 해당된다.

김만중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만하면, 조합이 팔아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올해 폭등한 생산비 인상분이 반영해서 가격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내가 계산해보니 80kg 정곡 17만7천6백원이면 4인 식구 4일치 자장면 값밖에 되지 않다”면서 “신문을 스크랩까지 하면서 자료를 만들어 쌀값 인상의 타당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동송농협의 쌀값인상은 농민들에게는 일차적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조합의 경영상 적자가 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들도 필요하다.

박종용 동송농협 RPC 장장(상무)은 “올해 매입량은 2만5천여톤으로 지난해보다 2천톤에서 3천톤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용 장장은 이번 쌀값 인상으로 적자를 날 수도 있다면서 “대형 거래처인 대형마트와 일단은 인상된 가격으로 계약을 해 납품을 할 예정이고 농협유통센터에도 인상분을 반영해 납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장은 “현재 납품가격으로 유지되면 적자는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쌀값은 올랐지만 철원지역 작황은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농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사진은 동송농협 RPC에서 농민이 수확한 쌀을 개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장장은 “전남과 충청지역의 저가미가 방출되는 11월경에 가격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전남과 충정지경의 쌀값 형성에 따라 소비지 가격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쌀 판매를 늘리기 위해 박 장장은 인터넷 판매 활성화와 도시 소비자들을 청정지역인 철원으로 초청해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쌀판매처를 새롭게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박 장장의 이야기이다. 동송농협 RPC는 시간당 5톤의 처리능력을 갖고 있으며 연간 1만8천톤의 쌀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