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에 고독성 농약
해충방지용 살포 … 잔류검사 없이 학교·군수용 납품

2012년 10월 19일(금) 00:00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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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성 농약으로 분류된 ‘에피흄’(상품명)이 쌀 보관 중 발생하는 해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학교급식·군수 납품용 나라미(옛 정부미)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저장된 쌀을 출고하면서 단 한 번도 농약잔류 검사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국민보건에 큰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18일 광주일보가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촌진흥청의 정부양곡 매출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말 현재 정부양곡 매출량은 45만7973t이다.

납품처별로는 가공용이 20만8812t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정용 9만5942t ▲사회복지시설용 7만6176t ▲군수용 5만78t ▲학교급식용 2만502t ▲관수용 6474t 등의 순이었다.

200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나라미 총 매출량은 모두 652만9486t에 달한다. 문제는 나라미가 정부양곡 저장창고에서 보관되는 동안 ‘에피흄’(동물실험 결과 치사농도 ㎥당 770mg)으로 일 년에 한 번 이상 소독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환경사무국의 사용규제 목록에 수록된 이 농약의 주성분은 인화늄이다. 인화늄은 대기중에서 수분과 결합하면 인화수소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가스에 중독될 경우 피로감과 구토는 물론 심한 경우에는 호흡정지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나라미에 사용한 ‘에피흄’의 용량·횟수·농약 잔류검사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학교급식·군수용 등으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농약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이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농약 236품목에 대한 안전성 재평가를 통해 에피흄·MB·포스팜 등 12품목의 등록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검역용 농약으로 사용하겠다고 요청해 에피흄 등 3개 품목을 대상에서 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 농약은 주로 수출입 농산물 검역 해충 방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나라미에도 일부 쓰고 있다”며 “농약잔류 검사는 관계기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의원은 “지난 수십 년 간 이 농약에 훈증된 나라미가 학교나 군부대로 빠져나갔는데, 관계기관은 여태껏 농약잔류 검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인체에 누적될 경우 치명적인 만큼 농약잔류 검사 등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피흄’ 제조업체가 공개한 최근 3년간 공급물량은 7만6304㎏이다. 국내 농약 독성은 1급(맹독성)·2급(고독성)·3급(보통 독성)·4급(저독성) 등 네 가지로 구분되며, 현재 고독성 농약에 포함된 것은 에피흄 등 3종류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