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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비극’ 누가 거짓 선동하나?언론비평
2009/09/14 07:35 손석춘
임진강의 비극. 갑자기 불어난 강물로 야영하던 시민 6명이 숨졌다. 그 비극을 놓고 거짓 선동이 무람없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찬찬한 접근이 절실한 까닭이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을 방류하기 직전에 댐의 수위가 만수위에 가까웠다. 방류 전후 위성사진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란다. 북쪽의 군인 10여명이 방류 전날에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까지 내려와 정찰활동을 벌였다며 제기한 의혹 또한 짐작했듯이 “통상적 활동”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남쪽 임진강의 무인경보장치가 정상으로 작동됐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경찰 조사결과로 확인됐다.
물론, 아직도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누가 거짓 선동을 하는가는 곰비임비 드러나고 있다. 북은 이미 비극이 일어난 바로 다음날 댐 수위가 높아져 긴급 방류했다고 공식 해명하면서 “임진강 하류에서의 피해 방지를 위해 앞으로 북쪽에서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되는 경우 남쪽에 사전 통보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의 만수위 해명에 “거짓말”이라고 단언한 신문

하지만 북의 해명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독과점 신문들은 한목소리로 비난에 나섰다. 정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동아일보>는 북의 해명이 신속하다는 점에서 ‘성의’는 있지만 “거짓말”이라고 살천스레 단언했다(2009년 9월8일자 4면).
<조선일보>는 정부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게다가 이 신문은 “방류 직전 수위, 평소보다 안 높았는데 왜?”라는 제목 아래 북의 해명을 반박했다. 다음날 이 신문은 “뻔뻔한 북” 제하의 사설(9월9일자)에서 북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하며 북이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때 청와대에 제의한 ‘남북관계 개선’을 겨냥해 “그들이 말하는 남북관계 개선은 빈말이거나 속임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단정지었다. <중앙일보> 또한 “북한이 고의적으로 도발했다는 의심”(10일자 사설 ‘북한은 물 폭탄 사과부터 하라’)을 제기했다.

진보세력이 침묵한다? 서슴지 않는 거짓말

무엇보다 수구세력의 새빨간 거짓 선동은 진보세력 매도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진보세력, 북의 고의적 물 폭탄엔 왜 침묵하나” 제하의 <동아일보> 사설(9월12일자)을 보자. 사설은 “전략전술 차원에서 수공을 연습하고 남측의 대비 태세와 피해 상황을 점검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물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이지만 북에는 대량살상무기”라고 썼다. 이어 “북의 이런 악행에도 친북세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이른바 진보세력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균형 감각이 있다면 무고한 야영객을 사망케 한 북의 물 폭탄을 규탄해야 마땅하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불법 폭력시위를 일삼는 사람들이 유독 북의 악행에 침묵하는 속내를 우리는 알고 싶다.”
이 참에 모든 걸 걸고 넘어지자는 속셈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차라리 민망스럽다. 비극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미 북에 유감을 표명한 사실을 사설은 애써 모르쇠하고 있다.

한나라당보다 훨씬 성숙한 두 진보정당 논평

가령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유야 어찌 되었건 북측이 하류인 남측의 수위가 상승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사전에 통지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지적한 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는 길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남북간에 댐 방류를 예고해주는 것이 명시적으로 합의된 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이 정도 사안은 언제든지 알려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적절하고 신속하게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우리 측의 문제도 크다”고 강조했다.
어떤가. 두 당의 엄연한 유감 논평이 비극 바로 다음날 나왔는데도 닷새가 지나 쓴 사설에서 진보세력이 침묵한다고 싸잡아 매도할 수 있는가?

있는 그대로 보자. 두 진보정당의 논평은 “도발”이나 “수공” 따위로 논평하고 나선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에 견주면 얼마나 정확하고 성숙한가. 임진강 비극 앞에 누가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는지 국민이 새삼 지켜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무엇보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