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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사태? 피흘리는 이집트인들에게 부끄러워"
트위터 사용자,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 비판
11.02.05 20:12 ㅣ최종 업데이트 11.02.05 20:12 선대식 (sundaisik)
  
"대통령, 당신은 신이 두렵지 않은가?" 지난달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신이 말하길 잘못을 행하는 모든 자는 멸망한다' 라고 쓰인 천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집트

"뉴스에서 '이집트 소요사태'라고 표현하는데 뭔가 좀 거북하네요." (트위터 아이디 @zingu99)

"대한민국의 언론은 뇌사상태, 아니 죽었습니다." (@sody1003)

 

최근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이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데도 한국 언론이 '소요 사태', '시위대간의 충돌' 등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위터 사용자들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한국 언론들이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소요 사태'라고 보도한 전례를 언급하며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객관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소요사태? "이집트인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집트의 소요 사태로 인해 이란과 시리아를 주축으로 한 중동지역 내 이슬람 반미 동맹권이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의 5일 보도 내용이다. <연합>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소요 사태'라고 이름 붙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요(騷擾)는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남',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함'이라는 뜻을 지녔다.

 

결국 언론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소요 사태라고 함으로써, 독자들이 시위대를 '폭도'로 받아들이게끔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두환 정권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폭도들의 소요 사태'라고 호도했고, 한국 주류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baltong3)는 "'항쟁'이라고 쓰길 바라지는 않지만, 꼭 '사태'라고 해야 할까? '광주 사태'처럼?"이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집트 소요 사태'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뉴스에 자주 언급된다. YTN는 5일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휘발유, 경유, 등유의 국제 현물 거래 가격이 이집트 소요 사태의 영향으로 모두 2008년 9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kleinsusun)는 "한국 신문들엔 온통 이집트 '소요'로 인한 수출부진과 유가폭등을 우려하는 기사들뿐"이라며 "피 흘리고 있는 수많은 이집트인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부끄럽다"라고 전했다.

 

"한국 언론은 '충돌' 등 기계적인 언론 보도만 해"

 

  
▲ 이집트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지난달 30일 이집트 카이로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 군인과 탱크가 투입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62명이 사망했다는 정부발표와 달리 전국적으로 적어도 89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25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전해진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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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한국 언론들이 이집트 민주화 시위 발생 배경은 외면한 채,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시위대 간의 충돌 위주로 보도하는 것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5일 자사의 인터넷판 '조선닷컴'에 실린 '내전 방불케 하는 이집트, 시위대 간 충돌 격화'라는 기사에서 "이집트의 반 정부 시위가 무바라크 지지세력과 반 정부 시위대 간의 유혈 충돌사태로 번지고 있다, 충돌이 격화되면서 내외신 취재진들이 폭행에 휘말리는 일도 빈번해졌다"고 보도했다.

 

YTN도 같은 날 "이집트 사태가 12일째를 맞은 가운데, 최근 2, 3일 동안의 친 무바라크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간의 충돌로 사진기자 1명을 포함해 11명이 사망했다고 파리드 이집트 보건장관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트위터 사용자(@yeinz)는 "UN 사무총장, 미국 대통령마저 '즉시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 언론은 여전히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소요사태'라든가 하는 기계적인 보도만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ravenclaw69)는 "외신들이 친 무바라크 시위대 등의 중립적인 표현을 쓰면서 일방에 의해 벌어진 학살극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외신들과 국제단체들은 친 무바라크 시위대의 출연은 이집트 정부에 의한 관제 데모라는 정황을 내놓고 있다. 캐나다의 글로브 앤 메일 신문(Globe and Mail Newspaper)의 소니아 베르마(Sonia Verma) 통신원은 4일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내게 친 무바라크 무리들이 돈을 받는다고 알려줬다(The police acknowledged to me the pro-mubarak mob gets paid)"고 폭로했다.

 

또한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 2일 "BBC, 알 자지라, CNN, 알 아라비아, ABC 뉴스 기자들이 사복경찰이 함께한 것(accompanied by plainclothes police)으로 알려진 친 무바라크 시위대로부터 충격적인 공격을 받은 것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권력 이양 작업 즉시 시작돼야"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미국 시각)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권력 이양 작업은 즉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또한 어려운 시기를 질서 있게 헤쳐나갈 방안을 생각해야 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권력이양 과정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연결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친 무바라크 시위대의 반 정부 시위대, 기자,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하고 분명하게 경고한다"며 "취재 기자, 인권 운동가, 그리고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공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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