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con      

민주노동당 당대회 그 이후

현석훈 기자

20110626001456_0.jpg

민주노동당이 27일 임시당대회에서 90.1%의 찬성으로 진보대통합을 승인했습니다. 세어보진 않았습니다만 그동안 참 많은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해 12월께 진보대통합에 대한 첫 기사가 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만 해도 '어렵지 않겠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돌고 돌아 결국 통합을 결정했네요.

기사 제목을 달면서 무척 고생했습니다. '통합 초읽기', '극적 타결', '진보통합 속도내나', '7부능선 넘었다' 등등 쓸 말을 다 소진해버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결국 '진보대통합 승인'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곧 12월이니 만 1년 가까이 걸린 셈이네요.

우려도 많았습니다. 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고, 민주노동당이 우경화 혹은 자유주의 정당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지요.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당원들은 대부분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11년 동안 피땀 흘려 지켜온 '내 정당'이라는 강한 당성입니다.

이는 다른 정당과 무척 이질적인 모습입니다. 한나라당 당원들은 자신이 당원이라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습니다. 민주당도 비슷합니다. 자신을 당원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진보정당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정치지향을 명확히 밝히는 일이 아직 우리사회에서 낯 선 모습이긴 하지만 진보정당 당원들은 이를 드러내고 활동합니다.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emoticon
이런 모습들이 이날 당대회에서 90.1%의 찬성이라는 경이적인 찬성률을 만들어낸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자는 '무섭다'고 표현하시더군요. 높은 일치성에 대한 놀라움입니다. 통상 찬반이 5대5로 갈리고, 절대 우세는 존재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놀라울 만합니다.

이번 민주노동당의 결정이 참여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최근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유시민 대표는 "진보정당은 매일 머리에 빨간 띠 두르고 배낭에 깔판 꼽고 다닌다"면서 "나도 최근 하나 구입했다"고 말하더군요.

투쟁으로 단련된 정당이니 이런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지만, 대중적인 시각에서 봤을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통합의 대상인 참여당에서 이런 반응이면 진보정당의 대중성은 폭이 무척 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여당의 최근 반응은 무척 재미있는 풍경이 많습니다. 한 당원은 "이제 우리도 집회 나가야 하니 연습해야 한다"며 등산화를 구입한 당원도 있습니다. 또 "투쟁은 무서우니 건설 정도 합시다"며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일면식도 없는 집회에 깔판 하나 들고 조용히 찾아갔다가 '인증샷' 찍고 돌아와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집회 및 시위가 정당활동의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낯선 집회에 깔판 하나 들고 참석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당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니 미리 경험해 보겠다는 생각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닮았습니다. 당원들이 진정 자신의 당을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emoticon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출현은 이런 면에서 한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당을 진정 아끼는 당원들이 서로 모여 기성 정치를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석훈 기자(radio@vop.co.kr)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