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YTN을 죽일 참인가?

[기자의 눈] YTN 난도질…구본홍의 공범은 누구인가

기사입력 2008-12-13 오전 1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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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법원은 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노종면)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YTN 노조의 발을 묶었다. 3일 후 방송통신위원회는 YTN 노조의 투쟁을 문제삼아 YTN의 재승인 심사를 보류해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접지 않으면 YTN을 문닫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12일엔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에 경찰 20여 명이 "업무방해 요소를 조사하겠다"며 난입했다.

오는 14일이면 YTN 노조의 낙하산 구본홍 저지 투쟁이 150일을 채운다. 일찌감치 '관제사장'을 받아들인 한국방송공사(KBS)나 오히려 앞장서서 이사장 교체를 주장한 한국언론재단,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 이명박 대선캠프의 언론특보 출신이 와도 성명 외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연합뉴스와 달리 홀로 150일을 싸워온 YTN이 고깝게 보였나. 이명박 정부의 반격이 여간 독하지가 않다.

YTN 사태가 '노사분규'라고?

28년 만의 기자 대량 해직사태, 정파 협박, 가처분 위반 시 노조에 하루당 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판결, 경찰 투입. 단지 YTN에 낙하산 사장 하나를 심기 위해 부리는 횡포라고 보기에는 과하다. 이명박 정부는 YTN을 언론계에 '굴복하라'고 시위하는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욱 기만적인 것은 실제로 YTN 사태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말로는 YTN 사태는 '노사분규'라고 주장하는 행태다.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2차관은 12일 기자 정례간담회에서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 보류를 맞은 YTN에 "노사 양측이 지혜를 발휘해서 잘 해결될 일이 아니었나 싶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언론은 다른 기업의 노사분규가 있을 때마다 한 발씩 물러서라고 하면서 왜 정작 자신들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150일 여간 YTN 사태를 취재하면서 YTN 노조가 '임금인상'이나 '복지개선' 등을 거론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하다 못해 '노사분규'를 위해선 '사측'이 필요할 텐데 구본홍 사장이 제대로 사장 역할을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단순히 '다른 기업의 노사분규'와 같다고 할 수 있나. 구본홍 사장이 이명박 대선 캠프의 '언론 특보' 출신이 아니라면 YTN 노조가 150일 가까운 시간 동안 투쟁을 벌였을까?

구본홍이 없었다면 '공정성'이 침해됐을까

방통위의 YTN 재승인 심사 보류 결정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심사를 보류한 이유로 "최근의 일련의 사태와 잇단 방송사고로 인해 향후 편성의 자유와 독립,보도의 공정성 확보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YTN에 구본홍 사장을 내려보내지 않았다면 그 '일련의 사태와 잇단 방송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며 '편성의 자유와 공정성이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것인가? 방통위의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 구본홍 YTN 사장. ⓒ프레시안
방통위는 "보류 사유가 해소됐다는 YTN의 소명과 심사 재개 요청이 있을 경우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보류 사유 해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YTN 노조가 '낙하산 반대' 투쟁을 접거나 구본홍 사장이 사장직을 사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YTN 노조의 투쟁 포기만을 압박하고 있다.

한가지 우스운 것은 방통위가 밝힌 보류 이유 중에는 "제출된 서류의 내용과 (구본홍 사장이 방통위 청문회에서 밝힌)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향후 3년간 사업 계획의 이행가능성을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구본홍 사장이 계획서와 동떨어진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답해보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정말 구본홍 씨가 언론사 사장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나?

누가 이명박 정부의 전횡을 허용하는가?

이러한 불합리 속에 멍든 YTN의 현실은 참혹하다. 12일 구본홍 사장이 전국언론노조에 의해 2차로 출근이 저지된 직후 YTN 사옥 1층 로비에서는 중간급 간부인 기자와 낙하산 사장 반대 운동을 펼친 기자 간의 격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기자는 목에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이들이 지난 해만해도 한 부서에서 현장을 뛰며 선후배로 함께 일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YTN 조합원들은 YTN이 외환위기를 함께 넘기며 뚜렷한 동지애와 단결력을 갖게됐다고 강조한다.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보도전문 케이블채널이라는 특수한 위치도 이들을 더욱 뭉치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1층 로비에서는 "어떻게 후배들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목메어 외치는 이들과 '"왜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신경을 거스르게 하느냐"고 반발하는 선배 기자, 그리고 그들을 말리는 동료 기자의 목소리가 날선 채 울렸다. 그곳엔 누구 하나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참혹함과 비애가 어렸다.

15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명박 정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언론 장악'을 더욱 노골적이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마지막 자긍심을 지켜준 YTN 노조는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하고 있다. 2008년 겨울, '정부의 언론 장악'은 이명박 정부의 완승으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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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미디어 관련법과 신방겸영 문제를 비판하는데 소극적인 방송사들에 대해 "언론인들은 언제까지 손을 놓고있을 것인가. 방송인들은 왜 뛰쳐나오지 않는가"라고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의 전횡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