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불철주야]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누가 더 진보인가
 글쓴이 : 동북아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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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주의와 개방주의는 진보가 망하는 길이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총투표를 하든, 아니면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다른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누가 더 진보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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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가운데 누가 더 진보에 가까운지 묻는 것은 참으로 도발적이고 어리석다. 아마 많은 이들이 ‘국민참여당이 어떻게 진보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당명에 ‘진보’가 들어간다고 다 진보정당일까? 지난 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행태를 본 이들 속에서 ‘진보신당도 진보인가?’라는 심각한 질문이 나오기도 하였다.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진보인가? 민주노동당이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사 간혹 민주노동당이 진보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사람들은 ‘진보가 그러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진보가 아니야’라는 사람은 없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이 힘없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자주와 평화, 통일을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럼 대체 진보의 기준이 무엇일까? 진보란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무엇을 발전으로 볼 것이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시대마다 다르다. 그래서 봉건시대에는 자본주의가 진보였다. 사상과 철학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면 진보의 개념도 다르고, 그래서 너도 나도 자신이 생각하는 게 진보라고 주장한다.


현 시기 진보의 기준은 5.31합의문


그럼 지금 진보대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말하는 진보는 무엇일까?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면 다 진보가 되는 걸까? 그래서는 이름만 진보대통합이지 그냥 이러저러하게 이해관계가 맞는 세력들의 야합 이상은 될 수 없다. 그래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는 어렵사리 5.31합의문을 채택했다. 5.31합의문은 주요 진보정당, 단체의 대표들이 모여 진보대통합당의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즉, 이 합의문에 동의하면 진보대통합당에 참여할 자격이 있고, 동의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대중들에게 선포한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5.31합의문에 동의하는지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민주노동당이 당대회를 통해 동의하였다. 그 다음은 당연히 진보신당 차례였다. 그런데 더 지켜보고 나중에 동의하겠다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국민참여당이 중앙위원회에서 5.31합의문에 동의하고 나섰다.


대중들은 이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5.31합의문에 따르면 이제 진보대통합의 대상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진보대통합은 여전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협상에 좌지우지되었고 국민참여당은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 채 ‘국민참어당’이 되었다.


이 과정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5.31합의문만 동의하면 진보라더니 사실 보이지 않는 진보의 기준이 더 있었단 말인가? 내놓으라는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합의문을 왜 아무도 지키려 안할까? 진보정당 참여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함께할 수 있을까? 진보는 다를 줄 알았는데 지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보수정당의 계파정치와 뭐가 다른가. 이럴 바에야 5.31합의문은 뭣 하러 만들었을까? 진보랑 함께하려다 피 보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진정성이라는 이중잣대


사실 국민참여당을 진보정당에 받아들이자는 주장은 국민참여당 초창기부터 있었다. 국민참여당이 방향을 못 잡고 힘이 없을 때 빨리 통합하면 진보가 주도하면서 진보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당원만 놓고 보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당원 사이에 큰 간극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런 주장을 반대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유시민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잘못하다가는 진보정당을 개혁세력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얼마 전까지도 유효했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에 대해 과거 반성과 진보 약속이라는 두 조건을 제시하며 이를 충족해야만 진보대통합당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심 설마 이런 조건을 수용하겠는가 하는 예상도 있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수용한다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참여정부 시절을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5.31합의문에 동의한 것이다. 진보는 일구이언, 표리부동하면 안 되며 이중잣대를 가져서도 안 된다. 이제 와서 다른 명분을 들이대며 국민참여당을 거부하는 것을 대중들은 납득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 8.28 당대회 결과를 두고 논란이 심각하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간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조건에서 지도부도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국민참여당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서 합의에 이르는’ 방식에 대해서 8.28 당대회에서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방법’을 제안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8.28 당대회에서는 어떤 ‘해결방법’도 합의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끝나버렸다.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방법이 무엇인가. 당원총투표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지금 민주노동당 내에서 당원총투표와 관련된 여러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논쟁의 방향이 당원총투표의 기술적 문제로 가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방법을 찾는 것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당원총투표를 반대한다면 다른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와각지쟁으로 진보를 끝내려는가


진보가 피해야 할 사상경향 가운데 관문주의가 있다. 진보의 문을 닫아걸고 자기들끼리 운동이니 변혁이니 떠드는 경향이 바로 관문주의다. 그리고 그 반대가 개방주의다. 문을 활짝 열고 아무나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이런 좌우경 편향을 피하려면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에 합당하면 누구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진보가 관문주의를 하면 와각지쟁하다 끝날 것이며, 개방주의를 하면 잡탕이 되어 망할 것이다. 진보에게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20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