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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텃밭의 ‘불편’ 마케팅

등록 : 2012.09.13 19:34 수정 : 2012.09.14 08:27  한겨레신문
[99%의 경제]
아하! 협동조합

마을의 여성 농민들이 도시 소비자들에게 채소 꾸러미를 공급하는 ‘언니네텃밭’은 사실상의 협동조합 사업체이다. 농촌마을에 뿌리를 내린 보기 드문 사회적기업의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언니네텃밭의 성공요인은 시사점이 크다.

첫째는 절박함이다. 소비자들은 무조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갈구한다. 언니네텃밭의 여성 농민들은 내 손주에게 먹이던 것과 똑같은 채소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고객의 절박함에 호응했다. 놀리던 텃밭에서 함께 일하는 재미를 맛보고 자기 통장을 가져본 여성 농민은 이제 자기가 하던 일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언니네텃밭 사업을 꼭 해야 할 잠재적 절박함은 이미 내재해 있었다.

둘째, 진정한 가치를 창조했다. 여성 농민들은 지속가능한 농촌과 환경에 꼭 필요한 방식이 어떤 것인지에 집중했다. 눈앞의 고객 요구를 맞추는 데 멈춰서지 않았다. 그렇게 경쟁해서는 영리를 추구하는 큰 기업과 큰 농민만 살아남는다. 언니네텃밭은 일반적인 고객 마케팅을 거부했다. 고객에게 불편해도 참으라고 요구하고 농민 생산자를 생각하라고 고객을 가르쳤다. 그렇게 한명 한명 고객을 만들어내고 그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했다. 윤리적 감성이 뛰어난 지속가능한 고객층을 창출해낸 것이다.

서울시가 5년 동안 975곳의 마을공동체 설립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협동조합 도시의 뿌리를 마을(아파트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잘될 수 있을까? 주민들 스스로 절박함을 공감하고, 진정한 가치로 연결시켜내는 게 과제이다.

김현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