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러 가는 대의원 뽑지 맙시다

농협 개혁은 ‘대의원 등록제’부터

                                                                                                                                          oo농협 대의원 김용빈

구제역으로 농촌 지역이 정신을 못 차리고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으나 바야흐로 지역농협에 대의원을 새로 구성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조합구성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대의원 선출에는 큰 함정이 있다. 대의원들은 이사, 감사를 선출하면서 협동조합 취지에 맞게 조합운영을 잘하고 조합원의 입장에서 결정하기를 희망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의원의 역할은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 원인은 농협의 1년 예산, 결산을 결정하고 조합장등 임원의 연봉을 결정하고 직원의 급여 인상여부를 결정하며 조합의 정관을 개정할 수 있는 등 주요한 사업의 결정권을 갖고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 선출이 엉성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협이 1월 말의 정기결산총회가 끝나면 마을 영농회 별로 총회보고 형식의 영농회를 갖는데 그 자리 끝 무렵에 대충 호선으로 대의원을 결정한다. 즉 말이 선출이지 조합구성원 중에 제일 중요한 대의원 선발은 너무나도 엉성하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농회별로 모인 자리에서 “아무개가 하라”고 하거나 진행자의 반 추천적인 분위기 속에서 간단히 지목되고 결정된다. 서로 잘 아는 안면관계 속에서 조합의 관심도 보다는 그 자리에서 어른신이 되거나 일부는 조합의 의도대로 대의원이 결정된다. 농촌은 오랜 세월을 이웃하고 살면서 장유유서에 따른 마을 질서가 굳게 자리 잡고 있어서 자발적으로 소신껏 대의원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대의원의 올바른 구성을 위해서는 대의원 등록제가 필수적이다 즉 대의원도 이사, 감사, 조합장 선출처럼 몇 일간의 등록기간을 두고 대의원 후보신청서를 받아야 한다. 경선을 통한 선출 과정을 통해 선발된 대의원은 책임의식이 높아서 조합 사업에 관심도 많고 교육 등 새로운 정보도 잘 받아들인다.

대의원이 올바로 서야 이사, 감사들이 정신을 바로 갖고 활동을 하며 조합장의 독단적이거나 안일한 경영을 견제하고 활기찬 조합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지역조합들의 1년 사업비가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을 집행하는데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 줄도 모르고 총회에 참여하는 일이 더 이상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농협은 총회에서 대의원 등록제를 시행할 것을 안건으로 결정하여 농협 정관에 명문화 했고 이미 4회에 걸쳐 대의원 등록제에 의해서 대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영농회를 갖기 전에 공고를 내고 대의원 등록신청서를 받아서 영농회를 하는 날 신청후보가 정수가 되면 그 인원이 대의원이 되고 등록한 인원이 선출 인원보다 많으면 경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선출된 대의원들이 자체적으로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하고 분과별 위원회를 대의원이 희망하는 분과에 배치를 한다

중요한 역할은 총회 1주일 전에 꼭 회의 자료가 대의원 집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전에 분과별로 검토를 하고 총회에 참석을 한다. 그리하여 조합의 일방적 결정을 견제하고 올바른 조합과 조합원을 위한 사업논의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전국의 1200여개 농축협동조합의 국회의원인 대의원을 잘 뽑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의원 등록제가 꼭 필요하다. 대의원 구성을 농협법에는 호선 또는 선출 중에 선택사항으로 돼 있으나 대부분 등록제는 묻혀 버리고 호선에 의한 선출이 일반화 되어있다. 각 농협이 총회를 통해서 안건으로 정관에 대의원등록제를 결정하면 제도적으로 안착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점심 먹으러 가는 대의원을 뽑지 말아야 한다. 총회 중에 회의가 조금만 지체되면 “밥 먹고 합시다!”하는 바보 대의원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